같은 모습에 같은 말을 들어도 서울은 미세먼지에 가려 표정이없다. 텅빈 공항버스는 콘크리트 사이로 타는 이 없이 질주한다. 달라진 옷을 입고 보석처럼 반짝이는 키 높은 빌딩을 지나 익숙하지만 망서리며 문으로 들어선다. 마주한 손에서 세월에 앙상함이 느껴지며 침묵은 무겁게 어깨를 누른다 목에서 멤도는 말은 결국 닫혀진 입에서 굳어진다. 

 

1  아시나요

 

병원안에 기적과 소망을 바라는 이들로 가득하다. 양식과 요행을 구하는 하루살이 집단보다 같은 표식에 색이 다른 주님만 바라보는 교회다. 삶은 태어나 더럽혀지고 뜻과 다르게 오물을 덮어쓴 시궁창같다. 변질된 말씀에 내 삶이 다가 갈수록 시큼한 냄새가 역겹다. 살과 근육이 빠져나간 마른 뼈에 거죽을 덮어쓴 네가 아닌 나에 모습이다. 내가 바알들의 이름을 저의 입에서 제하여 다시는 그 이름을 기억하여 일컬음이 없게 하리라 (호세아 2:17)

 

함께한 시간은 그림자처럼 붙들려 살아있는데 망가진 몸은 떠나려한다. 말기 암을 애써 담담히 표현하려 하지만 초췌한 모습에 나약함이 드러난다. 저물어 신을 찾는게 염치없다 부끄러워하며 지켜왔던 이성과 생각마저 죽음 앞에선 뒷걸음친다. 남겨진 시간이 그대에겐 하루 같아도 내게는 길게 길게 고통처럼 길어진다. 익숙했던 나만의 공간에 점령당한 패잔병처럼 도망치고 도망친다. 포도나무가 시들었고 무화과나무가 말랐으며 석류나무와 대추나무와 사과나무와 및 밭의 모든나무가 다 시들었으니 이러므로 인간의 희락이 말랐도다 (요엘 1:12)

 

2  모르시나요 

 

​​​꽃이지며 달린 조그만 손거락만한 호박이 기운 없이 떨어진다. 오이는 자라지도 못하고 황달을 앓듯이 누렇게 구브려지고 드러난 토마토 뿌리에 흙을 덮지만 작은 키에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드러누운다. 땅은 하늘을 바라보고 터진 하늘은 유리상자 안에서 팝콘 터지듯 소리를 내며 쌓여간다. 물에 잠긴 마음에 숨이 차오르고 구한건 잃었고 찾은건 버려져 다가선 문에서 멀어진다.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을것이다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마태복음7:7) 다시 구하지도 얻지도 못하고 돌아서 하늘을 본다. 내 눈을 스친 빗물이 바다 처럼 짜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누가복음 2:14)  은혜는 소리치는 하늘에서 내려오고 땅에서는 긍휼하심을 입은자들이 흘린 눈물이다. 이 땅이 얼마나 눈물로 적셔야 모든이들이 행복할까. 지난해 생소한 전염병으로 수백만에 사람이 죽었고 아직도 전쟁으로 수만에 사람이 무너진 터에서 죽어가고 있다. 탄식과 절망과 분노가 이땅을 채우고 매말라 가는데 당신에 집만 커져간다. 하늘을 향해 흔드는 두 팔에 무엇을 더하여 줄까. 쓰레기로 가득찬 이 땅에 무엇이 솟아날까. 하늘은 매연으로 타버리고 구름은 제멋대로 흔들거려 가뭄과 홍수를  반복한다. 

 

3. 아시나요

 

레인니어는 로키산맥중 가장 높은 산이다. 설산 가까운 봉우리에 이르니 하늘 정원이라 불릴만큼 장관을 이룬다. 누군가 처음 이곳을 방문하고 파라다이스라 명한 아름다운 하늘가에 있다. 숨을 헉헉이며 올라선 주변엔 피고지고 필 꽃으로 가득하다. 조금만 힘내어 다가서면 하늘은 더 아름다울 것이다. 그 많던 시간 왜 세상을 바라보고 기대였을까. 오르기만 하여도 기쁨에 취하는데 하늘은 땅을 부르고 하나님은 사람에 소릴 들으신다. 기도하지 않아도 교회가 아니더라도 고통에 외침에 답하시고 악인을 벌하신다. 

 

내려오는 길에 높고 지나온 벼랑길을 보면 두려움과 아찔함에 조바심 마져든다. 길가에 홀로  꽃도 아파보이고 꺾어질까 두렵고 밟힐까 고개숙인다. 하늘도 땅도 사람을 외면하고 두루마기 말리듯 좁혀져 해도 달도 빛을 잃고 별도 떨어질것이다만물에 고통이 하늘에 울리고  하늘과  땅으로 부르짖는 이들을 찾으신다. 잔칫날 당신에 집이 아닌 길에 나가 악인이든 선인이든 붙들어 예복을 입히고 잔치를 베푸신다수고하고 무거운 짐진자들을 모두 부르며 잃은 양을 찾으신다. 높아져버린 당신의 집을 오르다 지친 소경과 앉은뱅이에 탄식처럼 하나님은 하늘에 청을 들어주신다. 마라나타 주여 어서 오시옵소서